PH5

PH5
by Poul Henningsen, 1958

PH5 by Poul Henningsen, 1958

하나의 아이템으로 집의 분위기를 멋지게 바꾸는데 가장 좋은 것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가격 대비 가장 효과적인 아이템이라면 아마도 조명이 아닐까 싶다. 주방의 식탁 위나 거실 천장에 설치되어 공간을 밝히는 멋진 조명, 즉 펜던트 라이트(Pendant Light)는 공간의 분위기를 완성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같은 공간에서 조명만 바꿔 달아도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집의 중심 공간에서 포인트 역할을 하게 될 조명은 예산이 가능한 한도 내에서 멋진 것을 설치하라는 조언을 여기저기서 많이 듣곤 한다.

그렇지 않아도 조명에 관심이 있어서 마음에 드는 조명을 미리 사둔 것도 있었는데, 집을 지으면서 어떤 조명을 설치할 지 본격적으로 알아보았다. 여러 인테리어 잡지나 웹사이트 등을 참고하면서 고민을 거듭한 끝에 마음에 드는 조명을 찾았는데, 바로 폴 헤닝센이 디자인한 PH5 다.

 

PH5 – White/Pale Rose mat

폴 헤닝센(Poul Henningsen, 1894~1967)은 ‘현대 조명 디자인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거장 디자이너로 수많은 걸작 조명들을 디자인했는데, 자신의 이름을 딴 PH 시리즈들은 어느 하나 모자란 작품이 없다. 특히 폴 헤닝센의 모국인 덴마크에서는 국민 조명으로 불리며, 전체 가구의 절반 정도가 PH 시리즈 조명을 사용한다고 할만큼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다.

현대 조명 디자인의 아버지라 불리는 폴 헤닝센

폴 헤닝센의 조명들은 전구의 강한 빛이 직접 노출되지 않고, 조명갓에 절묘하게 반사되면서 공간을 부드럽고 따뜻하게 비추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어느 각도에서 봐도 전구가 직접 보이지 않도록 디자인 되었다는 말이다. 또한 부드러운 곡선의 조명갓들이 조합된 형태감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멋지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기능과 미감을 함께 만족하는 멋진 디자인 제품들이 가끔 있는데, 폴 헤닝센의 조명들도 그런 흔치 않은 디자인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폴 헤닝센이 디자인한 다양한 조명들

폴 헤닝센 조명들의 정점이자,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조명이라고 불리는 PH 아티초크(Artichoke).
너무나 아름다운 조명이지만 현지 가격이 850만원이 넘는 고가라서 포기했다. 작은 주택에는 버거운 조명이라고 위로해 본다.

PH5는 폴 헤닝센의 조명 중에서도 특히나 많은 사랑을 받는 모델이다. 여러 겹의 조명갓이 절묘한 균형을 이루는 멋진 디자인과 디자이너 조명치고는 가격도 적당한 편이어서 인기가 많은 듯 하다.

앞서도 얘기했듯 PH는 폴 헤닝센의 이니셜이며, 5는 조명의 지름(약 50cm)에서 따왔다고 한다. PH5는 1958년에 처음 선보인 이후 조금씩 버전업이 되어서 현재는 6세대 모델이 판매 중이다.

PH5은 덴마크의 디자인 제품 브랜드 루이스 폴센(Louis Poulsen)에서 생산된다. 2015년 7월 현재 국내에 독점 판매처가 있지는 않고 여러 업체에서 수입하여 판매하고 있는데, 수입업체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신제품의 국내 판매가격은 대략 190만원 안팎이다. 조명 하나의 가격으로는 부담스러운 가격인데, 유럽 현지에서 판매되는 가격은 640유로 정도다. 현재 환율(1유로당 1,260원)로 대략 80만원 정도인 셈인데, 배송비를 추가해도 이 정도면 해볼 만한 가격이다 싶어서 직구로 구입하기로 했다.

처음엔 중고품을 구입할까 해서 이베이를 찾아보기도 했는데, 상태 좋은 중고품을 고르기가 쉽지는 않았고, 가격도 저렴한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상태가 좋은 초기 모델은 앤틱으로 인정받는지 신품 보다 고가에 거래가 될 정도였는데, 워낙 인기가 많은 조명이다 보니 카피품도 상당히 많아서 선뜻 구매하기가 어려웠고, 결국 신제품을 구입하기로 했다.

PH5는 처음 디자인되었을 때와는 달리 화이트 뿐만 아니라 핑크와 블랙, 올리브 그린 등 여러 가지 컬러로 출시되고 있는데, 짓고 있는 집의 인테리어가 화이트와 자작나무로 이루어진 차분한 분위기여서 무광 백색과 연한 핑크색이 조합된 White/Pale Rose mat 버전을 선택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보면 여러 컬러로 된 PH5 조명들을 볼 수 있는데, 한 가지 주의할 것은 PH5는 무광이고, PH50는 유광 재질이라는 점이다. PH50은 PH5의 탄생 50주년을 기념하여 5가지 유광 컬러로 출시한 것으로, 사진 상에서는 광택을 확인하기 어려우니 제품명을 주의해서 봐야 한다.

 

색상과 광택을 주의해서 선택해야 한다.

제품가격 640유로에 배송비 29유로, 합계 669유로로 주문을 했고, 다음 날 물건이 발송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스웨덴 말뫼(Malmoe)에서 출발한 조명은 쾰른과 광저우를 거쳐서 8일쯤 후에 도착했다. 너무 고가라서 포기할까 생각했던 조명을 받으니 감회가 새롭다. 물론 직구를 해도 비싼 가격이긴 하지만, 집의 분위기를 그 이상으로 잘 살려줄 거라고 긍적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8일 만에 도착한 PH5 언박싱

박스를 열어보니 우아한 형태감이 돋보이는 PH5가 보인다.

우아한 형태감이 느껴진다.

참하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그런 디자인. 아주 마음에 든다.

매뉴얼에는 조명의 설치를 위한 가이드가 간단하게 적혀 있는데, 특히 눈여겨 볼만한 부분은 조명의 높이로 ‘식탁에서 60cm 정도 위쪽에 설치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추천하는 점이다. 흔히 걸리적거리는 것을 우려해서 펜던트 조명을 너무 높게 설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조명의 높이를 살짝 낮추면 조명의 효과를 더욱 살릴 수 있다.

PH5의 설치 매뉴얼

6세대 버전의 PH5는 천장에 설치하는 구조가 일반적인 조명과 달라서 어떻게 설치를 해야하나 하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시공업체에서 알아서 잘 설치해 주었다.

맞춤 제작한 식탁 위에 자리 잡은 PH5

이렇게 달아두고 보니 그냥 들고 볼 때와는 느낌이 또 다르다. 마치 제 자리를 찾은 느낌이랄까. 자작나무로 맞춤 제작한 긴 식탁과 정사각형의 창문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마치 처음부터 한 몸이었던듯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공간을 완성한다는 느낌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불을 켜 보았다.

Light On!

멋지다.

막연히 생각해왔던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식탁의 분위기가 너무나 잘 살아나는 듯 하다. 멋진 조명의 힘이란 역시 대단하구나 싶었고, 과감하게 투자를 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최소한의 투자로 공간의 분위기를 바꾸고 싶거나, 멋지게 디자인한 공간을 더욱 아름답게 완성하고자 한다면 멋진 조명에도 관심을 가져보시길 권한다. 투자한 비용 이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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