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EPARTMENT

일본에 D&DEPARTMENT라는 라이프 스타일 샵이 있다.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중 한 명이라 꼽히는 하라 켄야와 함께 하라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하고, 이후 독립하여 활동해 오던 나가오카 겐메이(長岡賢明)가 추진하는 프로젝트로, 디자인과 재활용(용어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표현으로는 리사이클링)의 융합을 비즈니스 영역으로 끌어올려 큰 관심을 끌고 있는 독특한 디자인 제품 소매 매장이다.

한 때의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일회성으로 소모되지 않으면서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품질과 디자인의 가치가 유지되는 제품들이 정말 좋은 제품이 아닐까? 좋은 제품을 선택하여 소비하는 것은 원재료의 재활용을 위해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거나 제품 포장을 환경친화적으로 꾸미는 것보다 좀 더 적극적이고 건강한 소비의 형태가 아닐까?

디자이너로서 무언가를 꾸미는 일을 해 온 나가오카 겐메이는 이런 물음을 계속 가지고 있었고, 그에 대한 자신만의 해답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 바로 D&DEPARTMENT 프로젝트이다.

D&DEPARTMENT의 핵심 컨셉은 ‘디자인’과 ‘리사이클링’, ‘지역’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좋은 ‘디자인’의 제품을 엄선하여 판매한다. 좋은 디자인의 기준은 겉보기만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기능성과 품질, 친환경적인 측면들까지 함께 고려하여 선정한다.

둘째, ‘리사이클링’ 측면에서는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중고품을 고객이 되팔고자 하면 반드시 매입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이는 매장의 입장에서 다시 매입할 수 없는 제품이라면 팔지도 않겠다는 것으로, 그만큼 품질과 디자인이 좋은 제품만을 신중히 선별하여 팔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그 외에도 책 3권을 다른 책으로 교환해 주는 D&USED BOOKS 서비스나 중고 부품들을 재조합하여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등의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디자인과 리사이클링의 조화를 추구하는 D&DEPARTMENT>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호감을 느끼는 것이 ‘지역’이라는 키워드다.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일본도 소비에 있어 수도권과 지방의 문화적 차이가 존재한다. 차이가 없는 곳은 백화점이나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들인데, 그곳에서 파는 물건들은 기획된 유행으로 대량 생산되고 ‘배급’되는 대기업의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생활의 터전인 지역의 다양성이 없는 획일화된 제품 소비를 권장하고, 팔리는 제품들 조차 대부분 일본 자국이 아닌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만들어지는 현실. 그런 환경에서는 문화적/지역적 다양성은 사라지고, 일본 산업의 뼈대를 이루는 제조업의 미래 또한 불투명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지역’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하고, 기존 소매점과는 다른 접근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각 매장마다 동일한 제품을 판매하지 않고 지역적인 특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구체적인 상품 구성으로 보자면 3분의 1은 도쿄에서 호평을 받는 트렌디한 디자인 제품들을 판매하고, 3분의 1은 리사이클링 제품을, 나머지 3분의 1은 해당 지역의 업체나 공방이 만드는 제품 중에서 디자인이 뛰어난 제품을 선정하여 판매하는 식이다. 또한 단순히 지역의 우수한 제품을 발굴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제품의 가치를 높이고 브랜드화하는 작업도 진행하며, 절판된 제품을 복각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나가오카 겐메이는 이를 좀 더 확대하여 일본 각 지역의 뛰어난 디자인 제품들을 함께 홍보하고 판매하는 NIPPON PROJECT도 진행 중인데, 그 결과물을 모아 전세계에 순회전시를 개최하기도 하는 등 일본의 디자인을 세계에 소개하는데도 적극 나서고 있다.(국내에도 몇 년 전에 전시를 개최했었다) 이런 모든 활동들이 ‘지역’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에 두고 있다.

<각 지점별로 차별화된 제품 구성>

D&DEPARTMENT는 2000년 도쿄 세타가야에 첫 매장을 오픈한 이후, 2013년 1월 현재 7 곳으로 매장을 확장했다. 일본 전역의 각 현마다 하나의 매장을 오픈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초기에 오픈한 매장을 제외하고 지방에서는 해당 지역의 업체에 운영을 의뢰하는 형식으로 자본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 친화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또한 매장 내에 디자인 관련 서적도 판매하고, 작은 카페도 운영하는 등 디자인을 매개로 지역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열린 공간을 표방하고 있다.

<삿포로의 d&department hokkaido점>

나가오카 겐메이의 실험은 현재까지는 성공적으로 보인다. 매장 수도 순조롭게 늘고 있고, 디자인과 산업계 전반의 호평 속에 수 많은 상들을 수상하기도 했다. 프로젝트가 사업적으로도 안정된 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우수한 제품의 확보와 공급 안정, 합리적인 가격 책정을 위해 어느 정도는 규모도 갖춰야 하는 등 예상되는 문제들도 없지 않은데, 지금까지의 진행을 보면 현명하게 풀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 뿐만 아니라 유통의 측면에서도 친환경과 지역친화라는 새로운 시대의 과제에 답하는 그들의 의미있는 도전에 응원을 보낸다.

*덧붙이는 글

나가오카 겐메이는 D&DEPARTMENT를 준비하고 운영하면서 느낀 생각들을 블로그에 적어왔는데, 그 내용들을 묶어서 책으로도 출판했고 국내에도 번역되어 나와 있다. “디자이너 생각 위를 걷다”, “디자인하지 않는 디자이너”, “디자이너 함께하며 걷다” 이렇게 세 권이다. 디자이너로서, 경영자로서, 또는 인간으로서 살아오면서 마주치는 다양한 생각과 고민들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는데, 여윳시간에 가볍게 읽기에 좋아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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