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을 테마로 한 일본 여행 가이드

d design travel은 일반적인 여행 가이드북과 마찬가지로 먹거리와 볼거리, 숙박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차이점이라면 여행의 촛점이 책의 이름처럼 ‘디자인’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즉 디자인적으로 볼만한 곳들을 소개하고, 디자인이 좋은 제품들을 판매하는 매장을 소개하는 식인데,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고 특정 지역을 여행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맞춤 정보들을 제공하는 특화된 여행 가이드북이라고 할 수 있다.

d design travel은 지역의 정보를 Sights, Restaurants, Cafes, Shops, Hotels, Peoples로 구분하여 수록하고 있는데, 각각 볼거리와 식당, 카페, 샵, 호텔, 주목할 만한 사람(대체로 디자이너)을 다루고 있으며, 이 분류를 아이콘화하여 지도와 본문 편집에도 도입하고 있어 읽기의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내용을 영어로도 함께 표기하고 있어서 외국인도 배려하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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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design travel TO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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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디자인 정보들을 구분하는 아이콘>

차별화된 디자인 정보들

d design travel의 제작과정도 흥미롭다. 어떤 지역에 매장이 오픈하면, 편집장인 나가오카 겐메이를 비롯한 제작진이 직접 몇 개월간 머무르면서 책에 수록할 장소들을 선정한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지역의 디자인 명소들을 발굴하고,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와 업체들을 선정하여 인터뷰도 하고, 다양한 자료들도 수집하여 원고를 작성하기 때문에 수박 겉핥기 식으로 랜드마크들만 다루는 여행서에서 접하기 힘든 지역의 디자인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라 하겠다. 물론 이렇게 발굴된 지역의 우수한 디자이너나 제조업체는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으로도 연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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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그렇게 엄선한 지역의 디자인 정보들을 담고 있으며, 그밖에 다양한 읽을 거리들도 풍성하게 갖추고 있어 읽는 재미를 높이고 있다. MUJI와 ±0(Plus Minus Zero)의 제품 디자이너로 유명한 후카사와 나오토(深澤直人)의 연재 컬럼을 비롯해서, 해당 지역 출신의 유명 디자이너들을 테마로 한 특집 기사나 에세이들도 본문 중간중간에 수록되어 있고, 마치 디자인 화집처럼 멋진 화보들이나 지역 소재 기업의 로고 변천사를 보여주기도 한다. 지역 특유의 문화나 분위기를 위트 가득한 일러스트를 곁들여 보여주거나, 지역에 어울리는 음악을 소개하기도 하는 등 재미있고 아기자기한 기획들도 눈에 띄는데, 심지어는 수록업체의 직원 중 외모가 예쁜 사람을 뽑는 코너까지 있다. 이처럼 다양한 내용들을 담고 있어서 굳이 여행을 염두에 두지 않고 가볍게 읽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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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편에 수록된 건축가 안도 다다오 특집기사>

나가오카 겐메이를 찾아라?

나가오카 겐메이는 사람 좋고 약간은 어리숙해 보일 정도로 평범한 아저씨 같은 인상인데, 보기와는 달리 쇼맨십이 있는지 본문에 수록된 사진들 속에 그만의 트레이드 마크인 어설픈 포즈로 꽤나 자주 등장하는 편이다. 꼭 나오지 않아도 되는 매장이나 장소의 사진에도 종종 뻘쭘한 모습으로 출연(?)하곤 하는데, 자꾸 보다 보니 왠지 모를 친근함까지 들게 될 정도로 많이 나온다. 예를 들어서 오사카 편에서는 만국박람회장의 상징물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찍듯이 어색하게 웃는 포즈로 서 있기도 하고, 어떤 푸드코드에서는 뭘 먹을지 고르는 손님처럼 물끄러미 음식들을 보고 있다던가 하는 식이다.

사실 그것이 책의 컨셉이기도 하다. 마치 나가오카 겐메이 자신이 여행을 하는 과정을 보여주듯이 사진들을 촬영하여 낫선 장소에 대한 친근감을 높이고, 전체적으로 일관성있게 구성된 여행기를 보는 듯한 구성으로 편집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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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도 남다르게

책에는 약간의 광고도 수록되는데, 기존 광고물을 그대로 수록하는 것이 아니라 d design travel에 맞춰서 따로 제작된 광고들이 상당수라서 이 또한 작은 볼거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메인 광고주는 항상 뒷표지를 장식하는 SMART(벤츠와 스와치가 협력해서 개발한 컴팩트카)인데, 이 광고 또한 해당 지역을 배경으로 귀여운 SMART가 서 있고, 주변에 나가오카 겐메이 본인이 어설픈 포즈로 서 있거나 앉아있는 것을 컨셉으로 만들어져 있다. (모든 책이 그런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필자가 구입한 세 권은 모두 같은 컨셉이었다)

SMART는 광고 뿐만 아니라 차량과 제작지원도 하는지 책 중간에도 건물 사진 옆에 SMART가 한 대 서 있는 등으로 가끔 보여진다. 너무 튀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찍혀 있곤 하는데, 일종의 PPL 개념이라고 볼 수 있을 듯 하다.

어디로 갈 것인가?

앞서도 언급했듯이 매장이 설립될 때마다 해당 지역을 다룬 책을 출간하는데, 2013년 1월 현재 동경(東京), 야마나시(山梨), 토치기(栃木), 시즈오카(静岡), 나고야(長野), 오사카(大阪), 가고시마(鹿児島), 홋카이도(北海道)의 8권이 출간된 상태이며, 2월 중에 야마구치(山口) 편이 새로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최근에 출간된 동경과 야마나시, 토치기 편은 이전 보다 많은 내용을 수록하였으며 책 두께도 두꺼워서 권당 1,470엔에 판매되고 있다. 그 외의 책들은 권당 980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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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design travel 모바일 앱

d design travel은 iPhone 앱으로도 개발되어 정보들을 제공하는데, 앱의 완성도가 높고 현지에서 사용하기에 유용하도록 잘 만들어져 있다. 물론 무료 앱이다. 원하는 지역을 선택하면 지도가 표시되면서 그 지역의 가 볼 만한 곳들이 책에서와 같이 6 가지 분류의 아이콘으로 표시된다. 원하는 아이콘을 선택하면 해당 장소의 정보가 표시되고, 내비게이션 기능을 제공하여 장소 찾기에 도움을 준다. 재미있게도 하단 메뉴 부분에는 작은 아이콘으로 그려진 SMART가 왔다갔다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아무래도 SMART에서 제작에 꽤 많은 지원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이런 식의 위트 있는 홍보라면 사용자에게 거부감을 불러 일으키지 않으면서 좋은 인상을 주는데 효과적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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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하며…

일본 여행을 계획 중인 디자이너나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떠나기 전에 해당 지역을 다룬 d design travel을 한 번 구해서 보길 권한다. 일반적인 여행 정보서에서 볼 수 없는 디자인 관련 정보들을 많이 얻을 수 있는 좋은 가이드가 되어 줄 것이다. Amazon Japan 등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D&DEPARTMENT 프로젝트의 활동 중에서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작업물이 d design travel의 출판이었다. 지역의 우수한 디자인을 발굴하는 리서치 과정을 그 자체로 컨텐츠화하여 지역의 디자인을 더욱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그것을 뛰어넘어 디자인을 테마로 해당 지역에 대한 호감을 불러 일으켜서 많이 찾도록 한다면 지역의 발전과 차별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디자인이 대중화를 넘어서 삶의 한 양식으로 자리 잡은 지금, 지역의 디자인 인프라는 그 자체로 매력적인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d design travel은 잘 보여주고 있다. 경제•문화적으로 수도권 집중화가 매우 심각한 상태인 우리나라에도 좋은 참고가 되는 사례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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