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과 선물용 포장 디자인 개선 프로젝트
작년 늦여름, 국립농업과학원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기존에 연관 있던 곳도 아니고, 소개를 받은 것도 아니라서 의외라고 생각했습니다.
담당 연구원님은 인터넷을 검색하여 알게 되셨다고 하더군요.
넓디넓은 인터넷의 바다에서 연결이 되었다니 큰 인연이구나 싶었습니다.
국립농업과학원은 농촌진흥청 소속 기관으로 다양한 농업 관련 연구를 하는 곳인데
농촌 지역에서 농한기에 수익사업으로 한과를 생산하는 중소업체들을 지원하고자,
한과 포장 디자인을 개선하는 작업을 의뢰하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의미 깊은 작업이라는 생각에 즐겁게 디자인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research :
일반적인 한과 선물포장이라면 한지 지함 박스와 보자기 포장을 떠올리게 됩니다.
한국적인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함이지만 이런 포장 방식에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나름대로 분석한 기존 포장 방식의 아쉬운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고루하다
경조사나 어르신 명절 선물로만 적합하다. 일상적인 선물로 적합하지 않다.
특히 젊은층은 포장이 예쁘고 간편한 케익이나 쿠키를 선호한다.
2. 비효율적이다
보자기와 한지 지함 포장은 받고 나면 거추장스럽고, 버리기 힘들다.
일부만 먹고 나머지는 보관하려 하는 경우, 매우 불편하다.
포장재 가격이 저렴한 편도 아니고, 생산성도 높지 않다.
3. 위생이 우려된다
속포장이 밀폐되지 않아 위생적이지 않고, 산소 접촉으로 산폐의 위험도 높다.
한과의 특성상 튀기는 공정이 많은데, 개봉 시 기름기 때문에 불쾌감을 주기도 한다.
제조일자/원산지표기 등이 분명치 않아서 제품의 신뢰도가 의심된다.
이와 같은 아쉬운 점을 개선하기 위해서,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여 새로운 포장 시스템을 디자인해 보고자 했습니다.
solution :
한과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포장 디자인
하나하나 정성스레 만들어지는 한과는 가만히 살펴보면 정말 예쁜 것이 많습니다.
하지만 지함 속에 빽빽하게 몰아 넣으면 개별 한과의 모양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어떤 때는 박스를 열어 보는 것만으로 질리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각각의 한과를 따로 담는 개별 포장 형식으로 디자인을 개발해 보았습니다.
개별 포장의 겉면에는 각 한과의 사진을 깔끔하게 담아서 한과의 아름다움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개별 포장을 작은 캔버스 삼아 보여지는 다양한 한과의 모습들은 정말 예쁩니다.
멋진 촬영으로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준 VIBE 구범석 작가 덕을 많이 봤습니다.
개별 포장 옆면에는 한과의 이름과 간단한 설명을 수록해서 우리가 잘 몰랐던 한과에 대한 홍보의 역할도 할 수 있도록 했고, 뒷면에는 원재료와 함량, 원산지, 영양성분표를 수록하여 한과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개별 포장 속의 한과들은 PP 필름지로 밀봉하여 산폐의 위험을 줄이고 오래 보존되도록 했습니다.
모듈 시스템의 도입
개별 포장된 한과들은 다양하게 구성하여 선물세트를 만들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3개나 6개, 9개, 12개 등 가격대에 맞춰, 고객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세트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세트 포장은 하단 박스와 슬라이드 커버로 구성되는데, 슬라이드 커버를 열면 개별 포장의 한과들이 작은 블록(block)처럼 한 눈에 보여지게 됩니다.
모듈 시스템으로 개발되었기에 세트 포장들도 일정한 비례와 규격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쇼핑백에 담거나 배송박스에 담는 경우에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쇼핑백의 활용 예 입니다.
응용이 쉬운 포장 디자인
본 작업은 한과 포장 디자인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작업입니다.
이 결과물을 참고하여 여러 업체들에서 손쉽게 응용해서 각 업체만의 포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함이 목적이지요. 그래서 몇몇 업체들을 위한 응용 디자인도 개발해 보았습니다.
<상주한과>
상주한과는 지역 특산품인 곶감을 활용한 한과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그란 모양의 종이 택으로 겨우내 매달려 있는 곶감의 이미지를 표현해 보았습니다.
종이 재질도 내츄럴한 색지에 은박으로 인쇄하여 고급스럽게 보이도록 하였습니다.
<계룡산한과>
계룡산한과는 한옥의 문살 문양을 현대적으로 단순화한 패턴을 사용해서 디자인해 보았습니다.
차분한 배경색에 금별색으로 문양을 인쇄하는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epilogue
뜻 깊은 작업에 참여하게 되어서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참신한 시도라고 평가 받았다 하는데, 앞으로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될지 저 역시 기대가 됩니다.
한과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상품성을 높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